두번 우는 조선소…온다던 외국인 대신, 수천억 납기지연금 '폭탄'

입력 2022-11-06 18:06   수정 2022-11-07 00:49


“올 것이 왔다.” 중소기업계에선 베트남발(發) 인력 대란을 두고 ‘예고된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인력난이 만성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졌고, 난립한 해외 인력중개업체들에 국내 기업들이 휘둘리는 사례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노동 규제가 여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큰 만큼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력난’ 中企 노리는 해외 중개업체
일손 구하기가 시급한 중소기업이 요즘 가장 자주 접촉하는 대상은 해외에 있는 인력중개(송출)업체다. 한 조선회사 사내협력사 대표는 “최근 들어 1주일에 두세 곳의 해외 인력업체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고 했다.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급증하다 보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등에 이어 최근엔 아프리카에서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알선해주는 인력중개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인력업체를 통해 서둘러 인력난을 타개하려다 보니 검증이 안 된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레 각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베트남 전문인력비자(E7) 용접 근로자 1150명의 한국 입국에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일부 해외 인력중개업체들이 베트남 현지 당국의 승인을 빠뜨리고 절차를 진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외 인력중개업체가 서류를 검증한 뒤 인력을 모집해 현지에서 기량 테스트를 마무리하면, 베트남 노동부와 법무부 등의 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국내에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예비추천서 발급, 산업통상자원부의 추천서 발급, 법무부 심사를 거쳐 근로자가 입국하게 된다. 현지 업체의 실수로 사실상 연말까지 대규모 인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중소기업은 납품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 원청 대기업은 지체보상금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중개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 조선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에 온 외국인 근로자는 현지에서 대출받아 중개 수수료로 1200만원을 냈다”며 “빚을 갚기 바쁜 탓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주52시간제·임금격차 등 대책 필요
이처럼 중소기업의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국내에서 일할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의 핵심인 용접, 도장, 전기 등 생산기능직 부족 인력은 내년 6월 1만1099명에 달할 전망이다. 2027년까지 3만60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력난을 심화시킨 원인으론 지난해 본격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가 지목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생산직 근로자 상당수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야근·연장 수당이 줄어들자 평택 반도체 공장과 울산 화학 플랜트 공장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 조선업체 근로자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임금이 줄었으며 월급이 제도 시행 전보다 60만원가량 낮아졌다고 답했다.

강성 노조의 영향으로 임금을 크게 올린 원청 대기업과 중소 조선업체의 임금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면서 내국인의 현장 유출, 외국인 의존도 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수복 조선 5사 사내협력사연합회 회장은 “저렴한 비용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계속 의존하는 것은 조선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마저 노동 강도가 센 제조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42.3%가 첫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다. 중소기업계는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규정을 현재 5회에서 3회로 축소해야 한다고 고용노동부에 요구하고 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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